무대 위에서 한없이 빛나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열광 시키고 그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열정을 끌어내던 사람들.
나에게 노브레인은 그렇게 기억되는 팀이다.
그들의 음악은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수단이었다.
지칠 때면 그 에너지가 더욱 크게 다가왔고
그래서 더욱 그들의 음악을 찾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있던 한 사람. 바로 노브레인 이성우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밴드 노브레인의 보컬인 그에게 불안이란 별로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책에서 만난 그의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당연한게 당연한게 아니었다
이 책은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와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와의 대담으로 진행된다.
서로가 서로 만나면서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는지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답답함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자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전국 각지에서 꾸역꾸역 올라온 사람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냈을까요? 가족들과 고향을 떠나올 정도로 간절히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향수병이 찾아오진 않았을까요? 향수병은 어떻게 극복할까요? 향수병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요? ... 외롭지는 않을까요? _ 책 중에서
이성우 보컬이 남긴 이 질문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과연 가족과 고향을 떠나온 사람만 향수병을 갖고 외로움을 갖고 있을까?
어쩌면 가족과 함께 있고 고향에 속해 있는 사람도 외로워할텐데 말이다.
이에 대해 한덕현 교수는 이러한 메시지를 남겼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고향이라는 단어 혹은 살던 곳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신이 가장 편하고 여유 있는 마음을 갖거나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여깁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심리를 보면 아마 바빠야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우리 사회는 바쁜 것을 미덕으로 여기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 강박적 바쁨을 잊게 해주고, 바쁘지 않다는 것에 대한 괜한 죄책감을 상쇄시켜줄 수 있는 고향이라는 단어가 참 좋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요? _ 책 중에서
위로가 되는 글귀였다.
우리 사회는 바쁜 것을 미덕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래서 고향이라는 말이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어떠한지 말이다.
당연한게 당연한게 아니게 다가오는 순간.
어쩌면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답답하게 느껴지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내 인생의 단 한 가지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는 자신의 인생을 조진 음악에 대해 이와 같이 이야기를 펼쳐간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산 이 앨범은 영화 <라밤바>의 OST입니다. 정말 수록곡 중에 단 한 곡도 버릴 노래가 없어요. 보통 영화를 보고 음악이 너무 좋아서 OST를 사는 게 순서인데 전 반대였어요. 영화를 보지 못한 채 OST를 들으면서 그 영화의 장면 장면을 상상하고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어떤 얼굴을 하고 노래할지 엄청 궁금해했는데, 영화를 보고선 OST가 더 좋아졌고 그 장르가 로큰롤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이 앨범 전곡을 1000번 이상은 들었을 거에요. 들을 때마다 너무 좋아요. 지금도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앨범이고 영화 또한 저의 인생영화입니다. _ 책 중에서
책은 이와 같은 어쩌면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편안한 마음이 든다.
빠르게 무언가를 읽고 결론을 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그냥 차분하게 천천히 하나하나 읽어나가다보면
내 이야기 같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만약 성우씨께서 지금 노브레인이 추구하는 음악을 다 이루어서 행복하시다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곧 불안이 시작될 것 같아요. 가진 것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상실에 대한 불안감, 하지만 지금 뭔가 부족하고, 안돼서 개인적으로 혹은 팀 멤버들과 갈등 혹은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그것은 음악의 꿈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곧 행복해지고 있는 중입니다._ 책 중에서
꿈.
가장 행복한 사람은 꿈을 이룬 사람이 아니고 꿈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바라봐야하는 순간이 어떠한 장면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내 안의 세계와 만나는 시간
코로나 기간 동안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두 가지가 선생님을 만나뵌 것과 금연을 한 것입니다. 매번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힘들고, 지금 이 순간이 최고였다고 생각하는 저이지만 의외의 성과를 이룬 것들 덕분에 어깨에 뽕이 차오릅니다. _ 책 중에서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는 코로나를 통해 자신을 마주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건 마냥 그에게만 해당되는 시간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동안 마주해보지 못한 일상이 우리에게 자신을 마주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내 안의 세계와 만나는 시간.
나는 이 책이 주는 의미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치고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할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버텨내야하는 것일 거고
이상적으로 해야할 것은 내 안의 세계와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할 거라고 생각한다.
도서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의 저자 한덕현 교수와
대한민국 대표 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의 대화가 담겨져 있는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이들의 대화는 단순히 이들의 대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대화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답답함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안내해주는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그 순간을 마주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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