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도서 리뷰

벼랑 끝에서 선 나를 만나다, 벼랑 끝 상담

수선국어 2021. 10. 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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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전은 다르거든요.

나는 책의 여는 글에 써 있던 이 짧은 글귀가
이 책을 대신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이론적으로는 나를 어떻게 위로해야하는 지
벼랑 끝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어찌 바라봐야하는 지
그리고 나와 같은 다른 사람의 모습은 어떠한 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실전은 완전 딴 세상인.
그렇기에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벼랑 끝 상담>
이 책은 심리 상담 사례집이다.
17명의 내담자 이야기와 30가지 이상의 심리 치료 기법을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냥 내담자 이야기에 맞춰 심리 치료 기법을 설명하는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라고는 못할 것 같다.
이 또한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 되는 건.
실전으로 만나보는 이야기는 이론이 따라올 수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책은 정말 구체적이고 세세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원장님은 다음 명상최면 단계로 넘어갔다.
"두 번째 그림은 푸른 초원에 건강하고 씩씩하게 우뚝 서 있는 나무입니다. 주변에는 다른 나무도 있고, 꽃과 풀도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지욱 씨는 나무 중에서도 가장 크고 거대합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세요. 떠올렸나요?"
"네"
"그럼 이제 나무와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세요. 그리고 그 모습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느껴보세요. 황량한 사막에 썩어 있던 나무가 아주 멋진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어떤가요?"
"나무들 중에서 가장 크고 씩씩한 게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
"또 다른 느낌은요?"
"혼자 있지 않고 주변에 다른 나무와 풀, 꽃들이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즐거운게 느껴집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이제 그 나무와 주변 환경을 액자에 담으세요. 액자에 담긴 그 이미지는 누가 봐도 아름답고 조화롭습니다. 액자에 담으셨나요?"
"네" _ 책 중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화가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록된 내용은
마치 그 상담 과정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어준다.
분명 상담 기록인데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공간에서 함께 그 장면을 공유하는 기분이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내담자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심리치료로 변화된 자신을 보고, 상담을 배울 수 있는 지 물었다. 원장님은 분기마다 자격증 과정이 있으니 배우고 싶으면 참여하라고 했다. 내담자는 현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담을 배우고 있다. 또한 원장님이 운영하는 심리 동아리도 가입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해 더 폭넓게 이해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중이다. _ 책 중에서

단순히 상담 과정에만 그치지 않고 상담 이후
내담자의 변화 모습까지도 남겨준 기록은
상담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경험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 경험은 책이 주는 아주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간접경험을 하게 해준다.
세상 모든 일을 경험할 수 없는 나에게
책은 많은 경험들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상담.
내담자들의 이야기는 내담자들의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내담자들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내담자가 입을 뗐다.
"소윤아, 그동안 힘들었지...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잘 왔어..."
"자, 이제 하나, 둘, 셋하면 누워있는 내 왼팔에 어린 내가 누워 있을 겁니다. '어린 나'는 아주 먼 과거로부터 고통을 견디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고마운 나입니다. 이제 하나, 둘, 셋하면 내 왼팔에 어린 내가 눕습니다. 자 - 하나, 둘 , 셋! 어린 내가 왼팔에 누웠습니다! 누웠나요?"
"네..."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 왼팔에 누운 '어린 나'를 안아주세요. 그리고 따뜻한 눈빛으로 어린 나를 쳐다보세요. 어린 나는 상처로부터 자유롭게 해 달라는 표정입니다. 이제는 상처받지 않고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합니다. 어린 나의 간절함이 느껴지나요?"
"네..."
"어린 나를 가슴으로 꼭 끌어 안아주세요.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네세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너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해준 게 아무것도 없었어. 정말 미안해'라고 말하세요. 그리고 이어서 말합니다. '네가 지금까지 고통을 안고 견디며 살아줘서 내가 존재할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 나도 많이 아파. 미안해." _ 책 중에서

내담자가 위로 받는 과정은
곧 책을 읽는 내가 위로 받는 과정으로 다가온다.
내담자가 어린 나를 끌어 안고 위로의 시간을 가질 때
나 또한 어린 나를 끌어안고 희망 있는 목소리를 내게 된다.

<벼랑 끝, 상담>
이 책은 정말 벼랑 끝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건져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로는 소설 같고 때로는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다가오는 참된 마음.
진실된 마음은 벼랑 끝에 서 있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건네준다.

"외롭고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
<벼랑 끝, 상담>을 통해
이론과 다른 실전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조금은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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