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선거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다섯 가지 수업 방법
오늘은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일입니다. 어른들은 투표소를 향하고, 학생들은 학교가 쉬는 날이지만, 민주주의는 잠시도 쉬지 않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투표는 어른이 하는 것” “민주주의는 뉴스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교실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의 연습장입니다.
이 글에서는 정치색 없이, 교실 안에서 민주주의를 살아 있게 만드는 다섯 가지 수업 방법을 실제 사례와 함께 안내합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급.
선거 당일 전날, 담임교사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우리 반에서 하루 특별 활동을 정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는 게 좋을까?”
처음엔 “다수결이죠!”라는 답이 돌아왔지만,
곧이어 “그럼 소수는 항상 지는 거 아니에요?”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그날 수업은 ‘의사결정의 방식’에 대한 시뮬레이션으로 전개되었습니다.
학생들은 3가지 방법(다수결 / 무작위 / 전원합의)에 따라 활동을 고르는 연습을 했고,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수결보다 전원합의를 거친 선택에서 학생 만족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선거 방송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아, 저 후보가 말하는 정책이 ‘합의’ 같은 거네.”
“선거도 결국 우리가 선택한 규칙 안에서 결정되는 거구나.”
① 선거를 ‘의사결정 방식’으로 다뤄보세요
‘투표’ 자체를 설명하기보다는,
**“우리는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해보세요.
예를 들어,
- 우리 반 간식 메뉴 정하기
- 체육 시간 활동 고르기
- 같은 사소한 상황에서
- 다수결
- 무작위
- 순번제
- 전원합의
- 등 다양한 방식을 시뮬레이션 해보면,
- 민주주의가 더 이상 교과서 개념이 아니라 **‘경험’**이 됩니다.
② ‘다수결’의 의미와 한계를 질문하세요
아이들은 대부분 다수결이 “가장 공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의견이 사라지는 경험을 반복하며 불신을 배우기도 하죠.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 “항상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좋을까?”
- “소수 의견을 보장하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 “우리 반에서 그런 경험이 있었나?”
민주주의 수업은 ‘정답 찾기’보다 질문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③ 선거 캠페인 대신 ‘공익 광고 만들기’ 활동을 해보세요
정당과 후보를 설명하기보다,
**“어떤 사회 문제에 투표하고 싶은가?”**를 주제로
아이들이 포스터, 영상, 공익광고를 만들어보게 하면
민주주의가 정치색 없이 ‘시민 삶’과 연결됩니다.
예:
- 기후 위기 대응
- 디지털 권리
- 청소년 이동권
- 교육 정책
- 같은 주제를 선택해
- “당신의 한 표는 어디로?”라는 포스터를 만들게 해보세요.
④ 교실 안에서 작은 선거를 열어보세요
실제 투표소에 갈 수 없는 학생들에게
‘모의 선거’ 경험은 가장 좋은 교육의 장이 됩니다.
단,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 후보는 어떤 기준으로 나올 수 있는가?
- 유세는 어떤 언어로 해야 하는가?
- 반칙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 이런 절차 하나하나를 학생들과 토의하면서,
- 민주주의의 ‘규칙의 힘’을 체감하게 해주세요.
⑤ 선거 결과보다 ‘과정’을 이야기하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선택된 결과가 아니라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가?
- 타인의 의견은 어떻게 들었는가?
- 나는 어떤 가치를 중시했는가?
이 질문은 **비단 선거 수업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의 프로젝트에도 적용 가능한 ‘민주적 사고 틀’**입니다.
교실에서의 민주주의는 헌법이나 정당 설명보다 더 가까운, “어떻게 함께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연습입니다.
오늘 학생들이 수업 대신 집에 있더라도, 우리가 내일 교실에서 이 주제를 꺼낼 수 있다면 그들은 다음 세대 유권자로서 조금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투표는 하루지만, 민주주의는 매일 배워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