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누리는 행복한 반백수_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퇴사를 꿈꿔본다.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까지는 정말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지만
상상은 자유이기에 퇴사에 대한 생각은
어느 직장인이든 항상 갖고 있는 것 같다.
퇴사와 세계여행.
퇴사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는
대부분 여행인 경우가 많다.
그것도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세계 여행을 훌쩍 떠나보는 것.
막상 시작하려고하면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어려움이 있지만
또 여행 후 현실로 다시 마주했을 때 닥쳐오는 걱정으로 인해 두려움이 있지만
그 일을 실제로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일을 실제로 해낸 사람이다.
그것도 부부다.
뜻이 맞은 두 삼십대 남녀는 아직도 백수부부라고 말한다.
그들은 책의 프롤로그에 이와 같이 말한다.
퇴사와 세계여행. 오래 고심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별 게 아니었다. 전문 기술이 있거나 이직할 회사가 정해져야 회사를 나올 수 있는 줄 알았따. 세계여행은 노후가 보장될 만큼 돈을 충분히 벌어 놔야가는 줄 알았따. 다녀오면 빈털터리가 되어 다시 일도 못하고 돈도 없는 막막한 백수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직접 부딪혀보니 큰일 아니었다. 막연히 상상하며 키워온 불안의 고리가 많이 헐거워졌다. 물론 믿을 구석이라고는 조금의 경력뿐, 월세가 나올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 출신도 아니다.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도처에 널려 있지만,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말하고 싶었다. 여행 후의 이야기는 형편없지 않다고. _ 책 중에서
이러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이 책은
퇴사의 순간부터 세계 여행을 다니는 순간들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인생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 막연한 여행 에세이라고 보기보다는
마라톤이라는 긴 인생의 여정에서 한편의 보기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
회사를 나와보니 불안이 있던 자리엔 오늘의 행복과 내일에 대한 기대가 들어왔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에 무얼 하며 재미있게 보낼까 궁리하다보니 불안할 시간이 없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회사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게다가 평생 회사를 다닐 수도 없다. 아무리 정년이 보장된다 한들 길어야 환갑 즈음엔 나와야 한다. 회사 밖에서는 쓸모 없는 능력치로 백세 시대에 남은 사십 년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재취업을 한다 해도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무거운 직급, 연봉, 나이로는 쉽지 않다. 앞으로는 적어도 세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질 거라고들 한다. 그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게 지금의 회사에서 버티는 것보다 안정적인 것 아닐까 _ 책 중에서
회사를 그만 둔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그만 두었으니까 회사를 그만 둔 일이 정당하다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있으면 이 이야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민과 고민과 고민이 쌓였는 지 알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여행을 하고 싶던 이유는 인생을 새로 고쳐보고 싶었기 대문이다. 서른 즈음이 키보드 F5자판을 누를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여덟 살 때부터 학교에 들어간 이래 한 번도 그냥 쉬어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또 다른 학교에 가야 했다. 외국에는 대학 진학 전 갭 이어를 가지며 '해야하는 일' 대신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고 하던데, 대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회사에 들어가야하는 줄 알았다. 쉼 없이 달려 회사에 오니 그 다음 판이 요원해졌다. 경주마처럼 눈 옆을 가리고 앞만 보고 달려오다 인생은 꼭 성취로만 이어지는 게 아님을 깨닫게 됐다. _ 책 중에서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인생을 새로 고쳐보고 싶은 마음.
인생은 성취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꿈꾸고 누구나 할 수 있어야하는 일,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된 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궁금하면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학교 다닐 때도 수학을 못해 손발을 동원해 셈을 했던 나는 세계여행 후 펼쳐질 인생 계산을 마저 하기 위해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기 시작했다. 초록 창에 검색하는 것만으로 만날 수 없는, 손에 쥐고 있던 카드들을 버리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한 그들을. 가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이들의 인터뷰에는 빼놓지 않고 '욜로 하다 골로 간다'는 악플이 달렸다. 댓글을 작성한 사람에게 '세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골로 간 분이세요?" 이렇게 묻고 싶었다. 안 해 봤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건지. 기분 나쁜 반대 심리를 증명해내고 싶었다. _ 책 중에서
이렇게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증명해내는 것.
욜로 하다 골로 간다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하지만
모두에게 반드시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그걸 증명하는 것도 참 멋있어 보였다.
여행 후의 삶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1억을 써 놓고도 5만원 쓰기를 아까워했다는 이야기는 무척 공감이 되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는 말도 말이다.
그럼에도 이 선택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인생은 너무도 짧다. 뭐 좀 해보려고 하면 언제고 끝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니 우리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참지 않는 것. 내 하루를 아껴주고 귀하게 여기는 건 내 몫이다. _ 책 중에서
책의 저자는 여행에서 대단한 걸 얻는 대신
시간을 축낸 것처럼 느껴질 때, 인생은 이렇게 짧다는 사실을 상기한다고 한다.
이리저리 재볼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나라도 더 하면서 말이다.
그게 책의 저자가 여행을 소화하는 방법이었다.
초조해질 때마다 직장인이 마라톤 풀코스라면 그 트랙에서 벗어나 단번에 약 42km에 맞먹을 나만의 트랙을 찾아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선배 프리랜서의 말을 곱씹어본다. 당장은 백수에 가까운 프리랜서지만, 꾸준하게 때로는 삽질을 해가며 터득한 기술이 자리 잡는 날이 오길, 14km 혹인 7km 트랙 서너 개를 찾아내다 보면 어느새 직장인 같은 마라톤 풀코스가 완성돼 있을 테니까. _ 책 중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이제 막 긴 마라톤을 시작했을 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아직도 진행중인 그들의 여행 이야기였다.
누구에가나 해당되는 인생 방정식은 세상에 없기에.
각자의 길 위에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또 다른 트랙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 지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있다.